자아비판
오랜만에 구글에서 내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이제 동명의 기자들이 꽤 늘어서 ejkim@heraldm.com이라는 이메일로 검색해야 노이즈없이 내 기사를 볼 수 있더라.
최근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7년 생활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때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술기운에 살짝 센치해진 이 밤,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내 기사들이, 누군가의 블로그에 또는 모 정부산하기관의 홈페이지 등에 스크랩되어 있는 것을 보니 감회가 무척이나 새롭다.
그래도 내가 쓴 글들이, 며칠 전 다분히 자기만족적인 글 뿐이라며 스스로 폄훼한 기사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효용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큰 위로는 되지 않는다.
말한대로 얼마전 내 지난 행적을 제대로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싸이월드에 스크랩해 두었던 기사들을 훓어 보았다.
그리고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한마디로, 내 기사에는, 내가 없었다.
하다못해 기자들이 자기 사진을 내 걸고 쓰는 '기자수첩'에서조차 진정한 내 목소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데스크의 입맛에 맞게 난도질 된 수첩, 현장에서 비협조적인 취재원을 물먹이기 위해 쓴 다분히 감정적인 수첩,
무엇이 문제라고 지적은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so what?'이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게 하는 수첩.
이 시점에서 누군가에에 '읽어보시오'라며 내놓기는 부끄럽기 짝이 없더라.
취재기사도 마찬가지.
싸이월드에 모아놓은 기사들을 보아하니. 기준은 딱 하나.
누군가 받아준 기사, 그러니까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다른 매체에서 받아준 기사만 죽~ 올려져 있더라.
흔한말로 누군가를 물먹인 기사들이다.(나도 수없이 물을 먹긴 했지만.)
당시에는 그 하루 먼저 쓴 기사로 데스크에게 칭찬도 받고, 취재원과 타사 기자들에게도 인정(?) 받았다.
물론 당시 현장 상황과 맥락에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던 기사들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남보다 하루 먼저 쓴게 무슨 대수일까.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하지만, 그 흐름에 작은 파장, 아니 잔물결이라도 일으켰었는지 의심스럽다.
또 팩트에만 급급했을 뿐 내 진정을 담지도 못했다.
물론 어린 연차에 그런 글을 쓸 내공도 없었고, 우리 언론 환경이라는게 어차피 하루살이 인생을 조장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말이다.
7년 생활 중 기억에 남는, 누군가에게 내가 이런 글을 썼소! 라고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글이 한두꼭지는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우리만의 리그, 더 좁게는 나만의 리그를 벌인 것 같아 쑥스럽기 짝이 없다.
대학에 들어와 수능을 보는게 아니라 가르치는 입장에 되어서야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간다면,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하루살이로서 데스크와 회사를 만족시키기 위한 앵벌이짓도 무시 못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한 이후에는 조금은 다른 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또한!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이, 생각에만 그칠 것임도, 미루어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