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일상

마지막 수업

김총 2010. 5. 22. 23:22
현장드로잉 수업이 끝났다.
2주후 전시회가 남긴 했지만, 실질적인 건 오늘이 마지막.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과정이었다. 회사 행사, 출장 등으로 3번이나 수업을 빠졌고, 수업시간에도 성실하지 못했으며, 완성한 작품도 몇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수업 외에 얻고자 했던 무엇도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림에 대한 두려움, 나의 색감에 대한 심각한 컴플렉스 등은 조금이나마 줄어든 것 같다. 욕심 같아서는 계속 이 수업을 듣고 싶고, 더 들으면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가을로 미뤄야겠다. 상반기 내내 미뤄왔던 일들을 이제는 더 미뤄서는 안될 것 같다. 삶의 균형(?)을 위해 잠시 속세의 일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이런 저런 아쉬움에 같이 수업듣던 한 분과 조촐한 맥주 뒷풀이를 했다. 생맥 한잔에 떡볶이 안주를 앞에 두고 나눈 두시간여의 대화가 은근한 여운을 남긴다. 이런 식의 만남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대강 직업/나이 정도만 알 뿐, 수업중에 보고 들은 모습 외 다른 모습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관계에서 누릴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 오히려 일상의 나를 아는 사람에게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툭툭 털어놓게 되는, 조금은 다른류의 솔직함, 용기 같은 게 난다. 그리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과 전혀 다른 스펙트럼의 삶을 살고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생 선배의 이야기는 내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사고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물론 내 인생에 그대로 끼워넣을 수 있는 정답은 아니지만, 때로는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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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you draw the Queen of Diamonds boy, she'll beat you if she's able.
You know the Queen of Hearts is always your best bet.
Now it seems to me some fine things have been laid upon your table.
But you only want the ones that you can't get.

지금 가진 패가 나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착각보다 더 심각한 건, 그나마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을 원하는 부질없는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