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일상

옛 동네

김총 2012. 10. 14. 18:17

십 수년 만에 예전에 살던 동네를 가보았다.

천안에 가도 시골에 성묘만 하러 가지 살던 동네를 갈 일이 없어서 정말 십여년만에 처음 방문이었다.

사실 천안에 갈 때마다 새로 닦인 도로며, 들어선 건물이며, 어디가 어딘지 헷갈리고 정신없어, 내가 살던 곳 같지가 않았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초딩 1,2학년 시절 논두렁 사이로 등하교 하던 기억, 아파트를 짓기 위해 그 논을 죄다 갈아엎어 삭막해진 기억 등등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곳에 논이 있었다고 누가 과연 상상할 수 있을 것인가.. ㅎㅎ

어쨌든, 그렇게 정신없는 주변을 지나 단지에 딱 들어섰는데, 우와,, 옛 모습이 꽤나 남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보기 힘든 5층 짜리 주공 아파트. 단지 외곽으로는 식당에 온갖 가게들이 들어차 과연 예전 그동네인가 싶었는데, 단지 안은 그닥 변한게 없었다.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아서겠지.

아파트 입구 상가, 그 뒤편에 놀이터, 그리고 우리집까지 가는 길이, 낯설면서도 익숙하더라.

이미 해가 진 뒤라 구석구석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일부러라도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동네가 더 변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예전 모습이 남아있을 때,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다.

 

놀이터를 거니는데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10대 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과연, 지금의 내가, 그 때 그 아이가 꿈꾸던 모습에 조금이라도 닮아 있을까?

솔직히... 그다지 당당해지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