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취향의 칙칙한 가요를 듣거나 부르는 게 음악적 취향의 전부였는데 어느날인가 문득 '재즈'라는 장르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기껏 구입한 게 드라이버를 위한 재즈? 뭐 이런 제목의 이것저것 모아놓은 CD였고 나름 만족해서 듣고 있었다. 운전하면서 그냥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가요도 들었다가 재즈도 들었다가. 특히 비오는 날이면 왠지 더 끌리는 듯 하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듣는 곡이 어떤 곡인지, 누가 부른 건지,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런 면에서 Solo Monk는 Thelonious Monk라는, 뮤지션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하고 들은 첫 재즈 음반이다. 이 음반을 선물해준 친구가 워낙 매니아인데다,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해서 너무 hard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더랬다. 근데, 어라? 생각보다 듣기 편하다. 최근에는 운전 중 내내, 그리고 영월 여행길에도 이 음반만 들었다.
처음 음반을 들었을 때 귀에 쏙 들어온 곡은 6번 트랙. 재즈하면 항상 끈적끈적한(나쁜 뜻 아님) 색소폰 소리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무식쟁이에게 통통 튀는 피아노 소리로만 된, 발랄한 이 곡은 상당히 신선했다. 첨엔 제목도 모르고 듣다가 궁금해서 앨범을 찾아보니 제목이 'I'm confessin' (that I love you)'. 아하~!! Monk의 고백은 술먹고 힘들게, 아주 힘들게 뱉어내는 그런 어두운 고백이 아니라, 정말 기분 좋은, 지켜보는 제3자가 있다면 그 마저도 기분이 좋아질 유쾌하고 발랄한 그런 고백인 듯 하다. 이 곡을 듣자면 나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몇 번 반복해 듣다보니 이제는 8번이 귀에 들어온다. 'Everything happens to me'. 첨에 얼핏 봤을 때는 'Everything that happens to me'라고 봤는데, 다시 보니 'that'이 없다. 이거 문장이 간단해지니 오히려 해석이 애매하다. 내 맘대로 해석해 보건데,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거야.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수 있어.' 뭐 이런 뜻 아닐까. 6번보다 차분하다. 하지만 여전히 밝다. 절대 우울하거나 체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담담한 어조. 내 칙칙한 감성에는 6번의 발랄함도 좋지만 8번의 차분함이 좀더 큰 공명을 이끌어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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