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서는 넘쳐나는 감성이 문득문득 부담스럽다.
대신 사진에서 느껴지는 한없는 부드러움과 감성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맛난 과자를 아껴먹듯이 아껴 읽었으나, 아니 보았으나, 오늘 드디어 마지막 책장이 넘어갔다.
글보다는 사진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브레송의 사진전을 보았다.
지와 사랑의 골드문트와 나르시스가 떠오를 정도로 두 사람의 사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어떤 순간을 기다리거나 사전에 계산하지 않고, 내 시선이 사물에 흐르는 순간순간의 장면을 마치 눈을 깜박이듯 셔터를 눌러 담아낸 듯한 느낌이다. 수평이 안 맞아도 좋고, 초점이 흔들려도 또 그 나름대로 좋고. 빛이 많거나 적어도 사진을 탓하기보다 그 장면에 적응하기 위해 내 홍채를 조절해야만 할 것 같다.
전작 '끌림'도 그렇고, 참 독특한 여행기다. 굳이 여행 에세이로 분류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글의 따뜻함이 주는 힐링효과가 내게는 그닥 통하지 않는 듯 하나, 책에 담긴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 바로 지금 나와 같은 시선으로, 장난기많은 꼬마와 마주 웃음을 짓고 있을 사진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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