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외할머니..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불러보아도 가슴먹먹해지는 우리 외할머니.
아버지를 일찍 여읜 오빠와 나는 할머니께 스무명이 넘는 손자, 손녀 중 참 많이 아픈 손가락이었다.
방학에 할머니댁에 가면 항상 다락방에서 조금 눅눅해진 곳감이며 먹을 거리들을 함께 사는 외사촌들 몰래 꺼내어 우리에게만 쥐어주시곤 했고, 얼마 되지도 않았을 용돈을 모아 우리 오빠가 그리 소원하던 '메이커' 축구화를 생일에 안겨 주셨다.
할머니 생신때, 당신이 좋아하는 담배 두갑을 하얀 포장지로 싸고 보라색 끈으로 예쁘게 묶어 선물해 드리니 그리 대견해 하고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중학교 일학년 겨울, 오래 앓지도 않고 우리 곁을 떠나셨다.
입관 직전 뵌 할머니 마지막 모습... 평온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짙은 잿빛 안색에 할머니를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거구나 깨달았다.
아마 그때, 엄마와 다른 형제들의 통곡 속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실감한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너무 어렸고, 기억에 없는 존재의 부재는 그저 익숙함이었다. 할머니의 부재는 내게 처음으로 죽음을 알게 했고, 그때부터 나의 사춘기가 시작되었으며,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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