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경 서울 하늘
아침 출근길 쏟아지는 폭우에 심장을 쪼그라드는 줄 알았다.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올림피대로에는 차도 별로 없었건만 와이퍼도 제 역할을 못하고 앞차와 무려 500미터는 됨직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겨우 회사에 당도했다.
아, 근데 뭐야. 사무실 올라오자마자 비가 잦아들더라. 금새 날이 개일 듯, 해라도 쨍하게 날 것처럼 허무하게 그쳐버렸다. 변덕쟁이 같으니라구.
그런데 저도 아침에 그렇게 쏟아 부은 게 쑥스러던 걸까. 오후가 지나도록 하늘은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았다. 저 구름 위로 맑고 푸른 하늘이 있는 게 확실한데. 저렇게 살짝 기분이 풀렸음을 알려줄 뿐,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시무룩한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퇴근길 문득 오늘 날씨가 소심한 A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불같이 화를 낸 후, 제 화낸 모습이 스스로 민망하고 쑥스러워 화가 다 사그라든 후에도 좀처럼 표정을 풀지 못하는 소심한 A형.
'변덕'스러운 듯 보이는 이의 못된 성격도 결국은 '소심함'의 산물이 아닐런지??
***
생각없이 들른 옷가게에서 짙은 초록색 스커트를 구입했다. 처음 시도해보는 컬러인데 꽤나 맘에 든다. 함께 코디할 큼지막한 초록 귀걸이도 구입해볼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