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8시 20분 용산발 여수행 KTX 안. 2013년 첫 여행이 시작되다. 대전, 논산을 지나 전라도에 접어들었는데 남쪽에도 쌓인눈이 녹지 않아 온통 눈밭이다. 창밖에 시선만 던져도 눈이 시원해진다.
여수비치펜션. 돌산대교가 정면으로 보이고 거북선대교와 하멜등대가 바로 옆이다. 게장골목 두꺼비게장, 숙소옆 오동도식당 석화구이, 오동도 유람선과 산책로. 오늘 일정은 모두 기대 이상! 종일 대박~을 외치며 다녔다. 특히 오동도 식당! 2만원에 둘이서 도저히 해치울 수 없는 분량의 굴이 나온다. 곡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단돈 1천원에 굴죽도 한사발. 오픈한지 한달 남짓 되었다는데, 옆 테이블 아주머니들이 정말 잘 찾아왔다며, 석화구이로 유명한 만석리해수욕장 **가든보다 여기가 훨씬 낫다고 칭찬해주셨다!
13일 오전 4시50분 기상. 5시 24분에 숙소를 나와 여수경찰서앞 버스정류장에 36분에 도착했다. 어두운 새벽, 낯선 도시의 거리를 걷는 게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더라. 조금 긴장은 했지만. 15분 가량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미평-향일암 구간을 운행하는 111번 노선. 버스를 타고 신나게 졸다 보니 그새 향일암 입구이다. 50분 가량 걸린듯 하다. 추운 날씨는 아닌데 버스 기다리면서 체온이 식었나보다. 절 입구 커피숍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몸을 녹인다. 꽤 많은 사람들이, 게다가 등산복 차림으로 중무장하고 올라가고 있다. 조금만 노닥거리고 합류해야할 듯.
오전 7시 45분. 이날 일출 예정시간은 7시 38분즈음이었는데 구름탓에 붉은 태양을 보지 못했다. 비록 일출은 보지는 못했지만 구름너머 어렴풋이 붉은 기운이 느껴진다. 지루하고 힘들었던 한해를 보냈으니 새로운 한해는 보다 행복하고 충만한 해가 되기를 기도해본다. 바야흐로 2013년이 시작되고 있다.
오전 11시 반. 거북선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카페베네 2층에서 라떼를 홀짝이고 있다. 창밖으로 낚시꾼들이 보인다. 뭔가 낚이긴 하는 건가..? 향일암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113번 시내좌석버스를 탔다. 좌석버스는 운행 경로가 더 짧은가보다. 여수 다운타운까지 오는데 35분밖에 안 걸렸다. 버스 창밖으로 교동시장이라는 곳의 북적한 아침풍경에 끌려 도중에 내렸다. 온통 해물로만 가득한 시장. 어제 먹은 굴부터 시작해 청다래도 구경하고 오늘 아침메뉴로 추천받은 물메기탕의 주인공도 확인했다. 그닥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숙소에서 늦잠을 즐긴 친구와 다시 조우해 씻고 편의점 죽으로 속을 달랬다. 그리고 지금 여기 카페베네까지~ 아...평화로운 시간이다.
이제 서울로 향할 시간. 피곤이 밀려온다. 수산시장을 어슬렁거리다 유명하다는 아구찜과 서대회를 먹고 숙소에서 짐찾아 기차역으로 이동. 먹거리 볼거리 모두 풍성한 여행이었다. 처음 와본 여수는 국제행사를 치른 도시의 내공이 느껴졌다. 물론 그전의 모습을 알지는 못하지만 여느 지방도시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각 정류장마다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이 설치됐고 여수교통정보앱이 개발되어 휴대폰으로도 실시간 확인가능하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동일한 글자체로 정비된 거리 간판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친절한 사람들. 식당에서 버스에서 상점에서, 어디서든 우리가 조금이라도 헤매는듯 하면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정말 감사했다. 불쾌한 오지랍으로 느껴지지 않는 기분좋은 호의였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도 느껴졌다. 오동도식당에서 우리 옆테이블에 계시던 5인의 멤버가 특히 그랬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감사한 분은 도착 첫날, 처음 탄 2번 버스 기사 아저씨. 쭈볏거리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향일암 가는 교통편을 여쭈었는데, 숙소에서 가장 편하게 향일암 가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덕분에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최적의 동선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이제 오후 세시, KTX안. 기상한지 무려 10시간이 지났네. 완전.. 졸립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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